칼럼 · 2026-07-31
불송치를 받았는데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김효습 대표변호사
경찰 출신
지난 몇 달 사이 사무소에 같은 문의가 반복해서 들어옵니다. 부정청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경찰에서 불송치 또는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습니다. 형사 절차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뒤 조합이나 시행사로부터 분양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지가 옵니다.
받아본 분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이십니다. 무혐의가 났는데 어떻게 계약을 취소하느냐는 것입니다.
통지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실제 통지문의 문구를 보면 이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택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는 혐의없음(증거 불충분) 결정되었으나, 해당 주택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공급된 주택에 해당하여 혐의없음 결정된 것일 뿐, 경찰의 송치결정서에 기재된 사항을 부정하지 않아 주택법 제65조에 따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은 것에 해당하므로 주택 공급계약 취소 대상에 해당"
한 문장 안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혐의없음 결정이 났다는 것과, 그 결정이 실체 판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불송치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사업주체에 보낸 공문에도 같은 구조가 나옵니다. 공문은 불송치 사유를 두 갈래로 나누어 적고 있습니다.
하나는 주택법 제65조 제1항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위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일반분양된 주택에는 주택법 위반에 대한 명시적인 형사처벌 규정이나 준용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인용한 것입니다. 위반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판단과 무관하게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본 경우입니다.
두 결정은 문서에 같은 말로 적히지만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행정기관과 사업주체는 뒤쪽 경우를 두고 이렇게 봅니다. 처벌만 못 했을 뿐 위반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택법 제65조 제2항의 계약취소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행정제재이므로,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조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이 더 나간다는 점입니다. 통지문을 보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결정서에 적힌 문언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그 결정을 읽는 쪽은 도시정비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해석합니다.
결정 문언과 그 문언을 읽는 방식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다툼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계약취소에도 요건이 있습니다
주택법 제65조 제2항이 정하는 계약취소 대상은 제1항을 위반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은 자입니다.
즉 계약취소가 형사처벌과 별개의 절차라 하더라도, 제1항 위반이라는 사실 자체는 여전히 전제로 남습니다.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된 사안에서 그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수사기관이 판단하지 않은 사항을 행정기관과 사업주체가 같은 자료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집만 잃는 것이 아닙니다
통지문에는 금전 관계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실무에서 확인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째, 분양대금의 10퍼센트가 위약금으로 귀속됩니다. 공급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에 따른 것으로, 사업주체에 귀속된다고 안내됩니다.
둘째, 발코니 확장계약과 유상옵션도 함께 해지됩니다. 그 계약금 역시 시공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기재됩니다.
셋째, 중도금 대출 정산이 남습니다. 대출원금과 이자를 공제한 잔액이 지급되며, 납부액이 공제액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가 붙습니다.
넷째, 사업주체에 따라서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합니다. 위약금과 별도로 중도금 대출 이자 등을 배상해야 한다는 통지도 있습니다.
다투지 않고 통지를 받아들이는 선택이 곧 손실을 줄이는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투는 상대는 국토교통부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의 공문은 사업주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수신자로 하는 조치 요청입니다. 수분양자에 대한 행정처분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스스로도 공문에서 이의가 있으면 사업주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는 조합 또는 시행사가 되고, 절차는 행정소송이 아니라 민사소송입니다. 본안은 공급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수분양자지위확인의 소가 됩니다. 다만 본안 판단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계약취소가 실행되거나 해당 주택이 다시 공급될 수 있으므로, 지위를 보전하기 위한 가처분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사업주체가 보내는 통지에는 재판 진행 여부를 회신하라는 기한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공문에도 사업주체가 조치 결과를 송부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통지를 받으셨다면 먼저 확인할 것은 날짜입니다. 그다음이 불송치 결정서에 적힌 이유가 증거 부족인지 처벌 규정 부재인지이고, 그 문언에 따라 다툼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불송치 이후 계약취소(주택환수) 요구 대응 페이지에 국토교통부 공문과 사업주체 통지문 실물, 그리고 지금 확인하실 사항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사건마다 다르므로, 변호사 상담을 통해 정확히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 페이지는 변호사 광고이며, 사건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 07. 31. · 본 페이지 검토 변호사 홍성환 (광고책임변호사)
